황제의 아들을 두들겨 패고 벼슬이 높아지다(feat. 운칠기삼)

|2017.09.13 23:59|0|86
원문 : 139078284
원말명초 시기에 이희안(李希顏)이라는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딱히 세상에서 명성이 엄청나게 높은 학자는 아니었고, 다만 그 인품이 뛰어나서 벼슬을 하라고 주위에서 권유해도 벼슬 같은거 하지 않고 은거해서 살던 기인이었다. 


 
평소라면 그렇게 살면 그만이겠지만, 문제는 당시의 황제가 홍무제 주원장이었다는 점이다.
 
 
주원장 초상화 1.jpg

주원장 초상화 2.jpg


 

주원장의 관료들에 대한 태도는 유명한데, 주원장은 관료들을 "일하는 노예들" 정도로 여겨서 마구 부려먹다가 수틀리면 날려버리기 일쑤였다. 그렇다고 "에이, 차라리 벼슬 안하고 말지." 라는 태도도 통하지 않는데, 주원장은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능력을 쓰려고 하지 않고 놀고 있는 사람은 "소인배라 조정을 비방하며 일을 하기 어렵다고 하는 천하의 악적들" 정도로 여기며 아주 반 죽여 놓았다. 그러니 노는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이희안에 대한 소문을 들은 주원장은 '직접 손으로 편지를 써'(手書) 이희안에게 "존말로 할때 벼슬 하러 와라." 라고 초청했다. 황제의 친필 초청을 받는다는건 큰 영광인 동시에 생각해보면 무시무시한 일이었다. 감히 이를 거절 할 수도 없었기에 이희안은 조정에 들어와 벼슬을 받았다.


 
그렇게 조정에 들어온 이희안이었지만 이희안은 괴짜는 괴짜였다. 조정 일을 그만두고 돌아가게 될때, 이희안은 머리에는 사립(蓑笠)을 쓰고는 몸에는 비단 옷을 걸치고 돌아 다녔다. 이건 뭐 거지꼴도 아니고 그렇다고 부자꼴도 아닌 실로 기묘한 모양새였다.
 
기묘한 복장.jpg



대충 저런 모자에 옷만 비단옷을 입었다고 생각해보면 된다. 


 
그 해괴한 패션에 사람들이 대체 왜 그러고 다니냐고 묻자, 오히려 이희안은 무슨 그런 질문을 하느냐는듯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머리 위에 쓴 삿갓이 나라는 사람 본질이오. 다만 비단옷은 황제께서 하사해주신거지. 그러니 입고 다니오." (笠本質,緋,君賜也)

 

아무튼 그런 자유분방한 기인이었는데, 그런 기인이 궁정에서 생활하려고 하니 여러모로 좀 아다리가 안 맞는 부분이 없지 않았다. 마침 이희안이 맡은 자리는 왕자들을 가르치는 사부 노릇이었다. 


자신은 자유분방하게 다니는 이희안이었지만, 교육자로서 그는 규범을 중요시하게 여겼다. 그런데 나이도 어린데다 철 들면서부터 "이거 해라!" 라고 하면 주위에서 "아이고, 하겠습니다." 하고 난리치는 위치에 있는 어린 왕자들이 뭐 규범을 얼마나 알아듣겠는가. 왕자들은 이희안의 말을 안 들어먹기 일쑤였다.

 
보통은 아이고 하고 혀나 좀 차면서 적당히 공부 가르치는 시늉만 하는게 보통일텐데, 문제는 이희안은 그런거 모르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어느날 규범을 가르치던 이희안은 왕자가 하도 말을 안 들어먹자 성질이 확 치솟았다. 이희안은 말 안드는 왕자를 붙잡은 다음, 자기가 시골에서 마을 아이들 가르칠 때 마냥 머리통을 잡고 이마를 후려깠다! 

 
 
황제의 아들에게 핵꿀밤을 선사하다.


 
황족, 그것도 어디 먼 방계도 아니고 황제의 아들에게 물리적 타격을 입힌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기록에서 무슨 격투기도 아니고 칠 격(擊) 이라는 한자가 나왔다(擊其額). 북원의 코케 테무르가 이끌고 있는 수만 기병도 명나라 황제 아들에게 칠 격(擊)이라는 단어를 쓸 상황을 감히 만들진 못했을 것이다.
 

아무튼 살면서 처음 얻어맞았을 이 어린 왕자는 "나를 이렇게 친 사람은 태어나서 네가 처음이야." 라고 하며 스승을 잘 모시...지는 않았고, 아버지인 주원장에게 쪼르르 달려갔다.
 
 
성난 주원장.jpg


"머, 머이라고? 늙은 유생놈이 내 아들을 때렸다고?"


 
 '제(帝)가 (이마를) 어루만지며 성을 냈다(帝撫而怒)'

 

 라는 것이 이에 대한 기록이다. 천하의 대명제국 황제가 무슨 유치원에서 자기 아들이 친구에게 얻어맞다 오자 "아이고, 우리 아들 이마 이 정도나 다쳤네!" 하는 보통 아버지들처럼 아들의 부어오른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화를 냈다는 것이다. 그래서 평소 주원장의 성격대로라면 이희안의 몸통과 머리가 시원하게 분리되고 살가죽 안에 숨어있는 오장육부가 간만에 바깥 공기 상쾌하게 마시게 될 상황이었지만,

 
 
 이때 나타난 구원투수가 있었다. 바로 마황후였다.
 
 
마황후.jpg


신하 수없이 죽인 주원장이지만, 그나마 마황후가 살려준 사람 아니었다면 죽은 사람 숫자는 더 많았을 것이다(심지어 죽을병에 걸려 오늘내일할때도 자기를 치료하다 실패하면 태의가 사형에 처해질까봐 아예 태의의 진료를 거부하였다).

 

 한참 아들내미 이마 쓰다듬으며 화가 머리 끝까지 차오른 주원장이 추상 같은 명령을 내리기 전, 상황을 지켜보던 마황후는 재빨리 끼어들어 선수를 쳤다. 그녀는 주원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는 스승으로서 성인의 도를 가지고 우리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스승에게 화를 내면 되겠습니까?" (烏有以聖人之道訓吾子,顧怒之耶)


 
안하무인이던 주원장이 존중하는 몇 안되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이 마황후였다. 그는 마황후가 단순히 자기 아내라서가 아니라 정말 지혜로운 사람으로 생각하며 그녀가 했던 말을 평소에도 유심히 듣곤 했다.
 

 주원장이 마황후의 말을 듣고 당장의 화를 좀 푼 후에 생각해보니 그 말도 그럴듯 했다. 처음엔 이 늙은 것이 미쳐서 황실을 능멸하다 싶었지만, 생각해보면 황제 아들도 패면서 가르치는 교육자가 중국 천지에 얼마나 있을 것인가?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희안이라는 사람은 큰 인물이라 할만 했다.
 

 생각이 거기에 미친 주원장은 이희안을 용서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되려 좌춘방우찬선(左春坊右贊善)으로 승진을 시켰다. 모르긴 몰라도 이 조치에 이희안 본인이 더 어리둥절 했을 것이다. 그는 황제의 아들을 두들겨 패고도 승진한 명나라 관료계 사상 초유의 일을 경험한 것이다. 그것도 홍무제 시절에!
 
 
주덕흥.jpg


 

주원장 어린시절 절친 주덕흥 : "저기 홍무제 님? 님 저는 제 잘못도 아니고 제 마누라 품행이 음란하다고 저 죽이지 않았나요?"
 
 
고계.jpg


명나라 역사상 최고의 시인으로 평가받는 고계 : "?? 저는 내가 반란한 것도 아니고 아는 사람이 시 한수 써주라고 써줬는데 연좌라고 잡아다 허리 잘라서 죽이지 않았나요 홍무제님? 알고보니 그 사람 진짜 반란도 아니어서 님도 후회했다면서요? 뭐라고 말 좀 해보시죠?"  
 
 
주문정.jpg

 

 
주원장 조카 주문정 : "댁들은 뭘 하기라고 했네. 나는 "가슴 속에 원망을 품고 있다." 고 죽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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