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나의 아저씨" 15화를 보고.. 환생(還生), 다시 태어나다... (스포 포함) | 즐게

후기"나의 아저씨" 15화를 보고.. 환생(還生), 다시 태어나다... (스포 포함)

|2018.05.17 03:07|23|274




"나의 아저씨"를 지켜보기로 마음먹었던 이유는
가장 먼저 '김원석' 감독과 '이선균' 배우에 대한
신뢰 때문이었습니다.

정작 그들을 만나자마자 마음을 빼앗은 사람은
'이지은' 배우의 열연으로 탄생한
'지안'이라는 인간이었구요.

다음으로 좋았던 것은
이 작품을 감싸는 정조(情操)입니다.
어둡고 쓸쓸하고 아련하며 처연한 정조와
그 정조를 멀리서 안아주는 은은한 달빛,
그 달빛 속에서 슬며시 몸을 드러내는,
공감, 연민, 위로, 각성, 사죄, 용서, 구원, 행복의 메시지...

이 작품은 그 메시지들을
설명하거나 설득하거나 소리쳐 외친 적이 없습니다.
그저...
두 눈부터 젖게 하다가
차츰차츰 온 몸으로 스며들어
마침내 영혼까지 저려오게 했을 뿐입니다.

8주, 14화, 19시간이라는,
어쩌면 찰나같고 어쩌면 영원같던 시간을 통해
차근차근 쌓아올린 서사와
묵묵히 스며든 감정과 정서의 결은
오늘 동훈과 지안의 재회(再會)를 위한
준비작업이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지안이 몸을 숨긴 컨테이너박스를
동훈이 떨리는 손으로 엽니다.

'잘못했습니다'를 열 번 외치고
자신의 왼 팔을 제물(祭物)로 바쳐 속죄한
지안의 마지막 위악(僞惡)입니다.

"사람만 죽인 줄 알았지?
별 짓 다했지? 더 할 수 있었는데...
그러게 누가 네 번 이상 잘해주래?
바보같이 아무한테나 잘해주구.
그러니까 당하구 살지!"

마음의 지옥에서 겸덕보다 먼저 구원을 찾은
동훈의 용서(容恕)와 각오(覺悟)입니다.

"고맙다. 고마워.
그지같은 내 인생 다 듣고도 내 편 들어줘서 고마워.
고마워.
나 이제 죽었다 깨어나두 행복해야겠다.
너 나 불쌍해서 마음 아파하는 꼴 못보겠구,
난 그런 너 불쌍해서 못살겠다.
너처럼 어린 애가 어떻게...
어떻게 나같은 어른이 불쌍해서...
나 그거 마음 아파서 못살겠다.
내가 행복하게 사는 거 보여주지 못하면
넌 계속 나 때문에 마음 아파할 거구,
나 때문에 마음 아파하는 너 생각하면
나두 마음 아파 못 살 거구.
그러니까 봐. 봐! 내가 어떻게 행복하게 사나 꼭 봐.
다 아무것도 아니야.
쪽팔린 거? 인생 망가졌다구 사람들이 수근거리는 거?
다 아무것도 아니야.
행복하게 살 수 있어. 나 안 망가져.
행복할 거야. 행복할게..."

동훈의 진심은 지안의 진심으로 가 닿습니다.
"아저씨가 정말로 행복했으면 했어요."

"그 사람 알아버리면
그 사람이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어.
내가 널 알아..."

"아저씨 소리 다 좋았어요.
아저씨 말... 생각... 발소리... 다...
사람이 뭔지 처음 본 것 같았어요..."


지안의 임시거처가 '정희네'여야 하는 것은
차라리 당연합니다.

자신을 버렸고 자신을 고난과 질곡에 빠뜨렸지만
여전히 그리웠을 죽은 엄마 대신에...
깨끗하고 포근한 잠자리가 있고
따뜻하고 맛난 아침이 차려진 정희네는
삼만살 지안이가 다시 환생(還生)할,
엄마의 자궁과도 같은 공간입니다.

그 자궁 속에서,

주책맞지만 속 깊은 큰 삼촌 상훈,
뻔뻔하지만 섹시한 작은 삼촌 기훈,
이쁘고 비싼 옷을 물려줄 빠른 써리원 언니 유라,
몇 번을 무너지고 망해도 멀쩡한 아저씨들,
무엇보다
아낌없이 주기만 하는 사랑으로 백만송이 꽃을 피워
그립고 아름다운 별나라고 가고 싶어하는 엄마 정희가...

환하게 비춰주는 빛으로
지안은 이제 다시 태어나려고 합니다.

"다시 태어나면 이 동네에서 태어나고 싶어요."
"그래. 우리 다음 생(生)에 또 보자.
생각만 해도 좋다..."

도청을, 통신을, 아니 끈을 끊습니다.
뚜벅뚜벅...
마지막으로 들려오는 동훈의 발걸음 소리,
뺨을 타고 또르륵 흘러내리는 한 줄기 눈물...
'안녕, 나의 아저씨...
이젠 정말 안녕...'


이제 몇 시간 후
우리는 그들을 떠나보낼 겁니다.

마지막을 위해서 예비된,
동훈과 지안의 따뜻한 포옹이
그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하겠죠.

그 포옹은,
이 지구라는 푸른 별이 생긴 이후,
지구에게 달이라는 노란 동반자가 생긴 이후
우리가 목격하게 될
가장 아름다운 사랑일 것이며
가장 따뜻한 온기(溫氣)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떠난 자리,
그들을 떠나보낸, 바로 그 자리에서
우리의 삶이 다시 시작될 것임을 예감합니다.
그 삶이 소중하고 행복함을 느끼고 증명할,
우리의 책임도
바로 그 자리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입니다.


행복할게...

행복할게...

행복할게...
댓글
  • 혁명전야05-17 06:43

    문데써// 이 위대한 작품을 같은 결의 느낌으로 공유하는 분들을 만날 수 있음은 또하나의 축복입니다... 맞습니다. 누군가를 '안다'는 느낌, 내가 누군가를 앎으로써 그 사람의 모든 부분들을 끌어안을 수 있다는 느낌... 그것이 얼마나 절절하고 우회적이며 아름다운 사랑의 고백인지를... 중계방 열어놓고 멀리서 같이 술잔 기울이는 건가요? 저는 직접 뵙고 싶습니다. 동지분들을... 그리고 한 번 힘차게 안아드리고 싶습니다... 그동안 참 많이 감사했습니다... ㅠㅠ

  • 니가잘해05-17 07:04

    저는 어제 보다가 눈물 나더군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혁명전야05-17 07:05

    니가잘해// 저도 울었습니다. 많이... 공감하고 추천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필쏘굿05-17 07:18

    기다렸습니다. 좋으면서도 아쉽네요. 오늘 마지막이라는 것이 ㅠㅠ

  • 노멀한녀석05-17 07:24

    어제 후계동 패밀리가 술자리를 파하고 정희네서 나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던 장면 참 따뜻해서 울컥했습니다.



    이 드라마는 보고나면 꼭... 명동 한복판에 나가 누구에게나 따뜻한 포옹을 나누고 싶어지게 하네요.



    오늘도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우리 모두 행복합시다.

  • 혁명전야05-17 07:24

    필쏘굿// 저도 필쏘굿님 기다렸습니다. 빗줄기가 무섭게 창문을 때립니다. 뭐가 그리 슬픈지... ㅠㅠ

  • 혁명전야05-17 07:28

    노멀한녀석// 저는 그래서 제 글에 댓글 남겨주시는 분들을 동지라 여깁니다. 저 역시 우리 동지들 그냥, 손 한 번 잡아드리고 등 한 번 두드려드리고 싶습니다....ㅠㅠ 한 번도 빠지지않고 남겨주시는 소중한 댓글, 추천에 지금까지 버텼습니다. 오늘 밤 이별이네요. 부디 아름답기를... 그리고 우리 모두 행복하기를...

  • 강백호!!05-17 07:59

    어제 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하더군요 다시 태어나면은 이 동네에서 태어나고 싶다는 지안의 말이 참 맘이 아프더군요.

  • 혁명전야05-17 08:11

    강백호!!// 지안의 그 말도, 지안의 그 말을 반갑게 받아주는 정희의 마음도 가슴을 먹먹하게 했습니다. 부디 그렇게 되길...

  • 생마늘주스05-17 09:29

    진심이란게 무서운 것 같아요. 솔직히 진심으로 대화하기는 정말 힘드니깐요. 드라마를 보면서 나는 진심으로 대화 한 적이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15화 였어요.

    드라마를 보면서 나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아요. 내가 원하는 대화 그리고 마음을 보여주는 것 같네요.

    혁명전야님의 리뷰를 보고 뒤죽박죽된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되네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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